풀밭 위의 점심
그대 눈동자에 건배 본문
그대 눈동자에 건배
- 글쓴이 히가시노 게이고/펴낸이 현대문학/2017
범람하는 광고에 자동 유입되는 우리의 일상인지라 작가는 몰라도 <<나미야 잡화점>>은 들었을 법하다. 일본에서는 꽤 유명하고 국내 서점가에도 최근 인기 반열에 올라 있다. 이 책<<그대눈동자에 건배>>는 바로 그 히가시 게이고의 30여년 문학적 실험 경향을 한데 모은 추리소설집이다. 9편의 단편을 각각 본격추리, 서스펜스, SF, 로맨스, 사회파 추리 등의 얼개로 엮어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럼에도 책이 흔치 않던 60~70년대,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 아가사 크리스티를 다 읽고도 손에 닿는 대로 ‘표○전과’의 심화풀이조차 놓치지 않고 읽기를 즐거워했던 호기심이 종종 그리웠다. 왜일까?
추리소설은 크게 본격소설과 사회파 소설로 나눌 수 있다. 경계가 모호한 작품도 있지만 이 두 가지를 구분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살인의 동기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본격추리소설은 대체로 마니아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추리 자체를 좋아하고 퍼즐을 맞춰나가며, 작가와 두뇌게임을 즐기는 독자들이 좋아하는 장르이다. 사회파는 트릭보다는 공감대 형성에 의의를 두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에 좋다. 베스트셀러가 많고, 드라마, 영화 소재로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표제인 <그대 눈동자에 건배>의 범인이나 동반자살을 하려고 마지막 신사참배에 나섰다가 우연히 살인사건 목격자가 되고 <새해 첫날의 결심>이 바뀐 다쓰유키 부부의 삶이 주제와 별개로 가슴 아픈 동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본격소설은 살인 방식, 수수께끼나, 트릭을 푸는 형태를 중시하는 추리소설이다. 예전에 접한 것들은 거의 고전 장르인 본격 추리 기법에 속하는 것들이다. 반면, 사회파 추리소설은 대체로 살인 방식, 트릭, 수수께끼 보다는 범행동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추리를 하는 재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순차적으로 사건을 풀며 진실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며, 범행방식이 현실적이라 기상천외한 트릭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범인 추리 과정과 범행 동기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여운이 길게 남는 편이다.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람에게는 몰입도가 높고 인기가 높은 편이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살인에 일어난 트릭은 본격에 비하면 약하기 때문에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회파 소설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고전적 추리소설을 기대한 독자는 나처럼 싱거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바쁘고 복잡한 세상 일본의 사회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상을 반추하며 가벼운 서스펜스와 깜짝 반전의 코믹함을 느낄 수도 있는 시간을 누려보시라 권해본다.
-강진신문 기고 201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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